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 동맹과 '풀스택' 메모리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 지출(CAPEX)을 가속화하고 있다. 올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,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선제적 인프라 확장에 나서는 동시에, 유동성 관리와 내부 보상, 주주환원 사이에서 잉여현금흐름(FCF)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경영진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.
◆ '30조 투자 약정'도 거뜬…부채비율 46%를 기반한 베팅
SK하이닉스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물리적 설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. 최근 한미반도체에 442억원 규모의 TC본더를 발주했으며,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첫 번째 팹(Fab)의 클린룸 오픈 일정을 조기화했다.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에만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 취득에 7조3478억원을 투입했다.
더불어 올해 1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미기표 유형자산 취득 약정액은 총 30조9219억원으로 집계됐다. 향후 설비 투자에 투입될 자금이 30조원을 넘어선다는 의미다. 여기에 지난 4월 결의한 1억달러 규모의 외화 해외교환사채 조기상환 청구권 행사 등 단기적인 자금 지출 요인도 존재한다. 교환사채 조기상환은 과거 자금 조달을 위해 끌어쓴 부채를 만기 전에 미리 현금으로 갚는 것을 뜻한다. 이자 비용을 줄이고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지만, 당장 대규모 현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일시적인 유동성 축소 요인으로 작용한다.
SK하이닉스 최근 5년 매출액·영업이익률·부채비율 추이. [자료=더밸류뉴스]
이 같은 과감한 베팅과 조기 빛 청산이 가능한 배경에는 대폭 개선된 재무 건전성이 자리하고 있다. 막대한 영업이익이 자본으로 쌓이면서 2023년 87.5%에 달했던 SK하이닉스의 부채비율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말 46%로 하락한 데 이어,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는 35.5% 수준까지 개선됐다. 호황기에 축적한 막대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외부 차입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초격차를 위한 설비 투자 여력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.
◆ 대규모 CAPEX 속 주주·임직원 몫 동시 충족…재무 역량 시험대
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SK하이닉스 경영진은 확보된 현금의 배분이라는 재무적 과제에 직면했다.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26조3301억원을 창출했고, 투자활동에 17조6349억원을 지출하는 등 대규모 자본 지출이 이어지고 있다.
SK하이닉스 2026년 1분기 주요 재무 지출 및 주주환원 세부 내역. [자료=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]
이런 가운데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따른 내부 보상과 주주환원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. 특히 올해 노사 합의를 통해 기존 성과급 상한선(기본급의 1000%)을 폐지하고 '영업이익의 10%'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하면서 향후 내부 보상에 투입될 현금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. 아울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2월 8722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이익소각하고,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총 1조3277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결의하는 등 막대한 재원이 투입됐다.
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는 30조원이 넘는 설비 투자 약정액을 차질 없이 집행하는 동시에, 임직원 보상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.
증권가 및 반도체 업계에서는 향후 기업 가치를 결정지을 핵심 지표로 '유동성 관리 능력'을 꼽고 있다.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인 미국 주식예탁증서(ADR)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주주환원과 재무 건전성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. 대규모 투자금 집행 속에서 잉여현금흐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배분하느냐가 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와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.